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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들에게 다챠란 무엇인가?

새마을이 2010. 3. 22. 18:44

 

러시아인들에게 다챠란 무엇인가?

(러시아 국민정서와 다챠)

 

(2005. 8.)

 

1. 다챠의 건설배경

 

근대 러시아시절인 1860년부터 1917년 2월 및 10월 붉은 혁명까지의 시절은 한마디로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에 친미한 예술의 시대였다.

1846년 F.M 도스토예프스키의「가난한 사람들」과 1864년 L.N 톨스토이의「전쟁과 평화」그리고 F.M도스토예프스키의「카라마조프의 형제들」1899년의 톨스토이의「부활」은 전체 러시아인들을 예술가로 문학가로 시인들로 전환시키고 꿈을 꾸는 사람들로 만들어 버렸다. 대단원의「볼쇼이 예술단(발레)」도 대부분 이때 조직되었다. 이렇듯 꿈을 먹고사는 인민들에게 1881년 알렉산드로 3세가 즉위하자마자 개혁의 물결이라는 새로운 정책은 가히 충격적이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귀족적 생활에 길들여졌던 인텔리젠트들은 귀족적 행위의 향수를 잊지 못해 풍광이 수려한 농산간지역에 자그마한 별장을 지어 그곳에서 시를 논하고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또는 낚시와 사냥을 하게 되었고 노동자들은 다챠 내에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사우나를 만들어 건강을 관리하기도 하였다. 이때만 하더라도 다챠는 부자 또는 귀족들의 별장의 개념이였고 다챠의 호사스러움은 극치였다. 이후 1917년 10월의 붉은 혁명도 다챠의 역할은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높다는 판단으로 인민들의 개인재산으로 인정해 주었다.

 

2. 러시아 당국은 왜 다챠 건설을 권장했는가?

 

1945년 8월 제2차 대전 때 독일과의 전쟁에서 파괴된 도시가 어느 정도 복구되고 전시체제가 완화되자 이때까지는 소프호즈(국영농장)와 콜호즈(협동농장)에서 대부분 식량 및 채소작물들을 공급받던 인민들이 품목별 야채부족 현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시말해 양적인 공급에서 질적인 공급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인데, 보관과 유통의 문제로 염장 채소류와 저장성 있는 채소류만의 공급은 신선한 채소류를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한편 정부의 수매정책은 품목별 과불화 현상을 일으켜 서민들(특히 노동자들)의 채소류 부족은 더욱 중첩되어 가히 폭동의 직전까지 도달했다. 이에 1958년 흐루시쵸프가 수상으로 취임하면서 모든 인민들에게는 주말 별장(평균면적 약 150여평과 주택 면적 9평정도)을 무료로 나누어주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종전에도 일부 시행하고 있었음)

흐루시쵸프의 이러한 정책적 배려에는 두가지의 목적이 숨어있는데 첫째는 신선채소류는 인민들이 직접 재배하여 스스로 자급토록 하자는 목적이 있고, 두 번째는 집회와 시위(데모)를 막는데 목적이 있었다. 실제로 별장(주말농장)을 가진 인민들은 일요일에 별장에서 신선채소재배와 취미생활에 도취되어 집회나 시위에 아무리 참가하라고 노동자 조직이 충동질을 하여도 먹혀들지 않았다.

 

3. 다챠의 활성화와 변화과정

 

• 1960년 초 흐루시쵸프는 전체 인민들의 근무시간(농장종사원도 포함)을 토요일 오전 근무제로 하는 주 45시간으로 조정하자 도시인들은 농촌에 대한 향수가 더욱 자극되어 농촌문화의 즐거움과 과거의 귀족적 향수가 다시 발병(發病)되어 급속히 확산되자 정부는 법령을 재정비하여 국민들(인민)에게 다챠의 소유권리증인 등기부등본을 완벽히 만들어 개인적 소유로 전환시켰다.

이로써 모든 재산은 인민의 공동소유라는 개념에서 사유재산을 가질 수 있는 합법적 길이 열리게 되었다. 1985년 이후는 아파트와 일반 건축물등이 개인재산으로 불하되었지만 이때는 러시아인민들의 개인재산 1호가 바로 다챠 였다.

 

• 1964년 10월 공산당 제1서기에 브레즈네프가, 수상에는 코시킨이 취임하자 1년 후인 65년 10월 코시킨의 사회주의적 경제개혁 일환으로 이윤도입과 기업의 자율성확대추진으로 그동안 소프호즈와 콜호즈에서 생산한 농산물 중 국가 수매를 해주던 토마토, 감자, 양파, 양배추, 오이, 사탕무 등이 수매제도 폐지로 100% 인민 스스로 자급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한편, 주 45시간 근무제는 주 40시간인 5일 근무제도로 개선됨에 따라 토요일이 완전 휴일로 전환되자 도시인들의 시간적 여유는 더욱 다챠를 찾게 되었고 과거에는 여유를 즐기기 위한 것이였으나, 이때부터는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여 자급하고 남는 것은 다른 집에서 생산한 타품목과 바꾸어 먹거나 팔거나하는 생존적 가치로써 다챠의 역할은 변화되었다.

 

4. 다챠는 철저한 개인재산

 

2004년 3월 현재 러시아 연방 정부에 등록되어 있는 다챠는 약 3천2백만개소로써 인구 1억3천7백만과 비교하면 4.5명당 다챠가 1개씩 있는셈인데 소프호즈와 콜호즈의 종사원과 산간농민들은 기왕 농촌에 살기 때문에 소유치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 인구 3.7명당 1개소가 되는 셈이다. “전 인민은 다챠를 소유하고 있다” 라는 푸틴의 자랑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다.

다챠는 어느 누구에게도 기증 또는 매매가 가능하고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에게도 거래할 수 있고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려 쓸 수도 있다.

러시아 속담에 “장농속에 다이아몬드 훔쳐가는 놈보다 다챠에 감자 훔치는 것이 죄가 크다” 라는 것은 곧 하느님의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본다.

이것은 자연과 호흡을 같이 하는 작업의 소득물은 귀하고도 귀한 것으로 러시아인들의 유전적 생리와 관습이다.

 

5. 다챠는 친환경 농업이다.

 

다챠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모든 농업생산은 유축농업이고 순환농업이다.

예컨대 극동러시아 연해주의 경우 현재 경작하고 있는 논 6만4천Ha는 올해에 벼를 심었다면 내년에는 뿌리 혹 박테리아가 있는 대두작물을 반드시 심어야 한다. 다챠에는 농장 울타리 옆에 화장실이 있는데 그야말로 한국 시골농촌의 야외 변소와 꼭 같다.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농약과 비료를 사용치 않으나 요즘은 제4종 복합비료로 엽면시비하는 곳도 있다.

트럭에 퇴비를 적재한 후 길거리에 세워두고 다챠에 가는 사람들에게 호객하는 행위는 분명히 지구촌에서는 러시아뿐일 것이다.

심지어 퇴비를 너무 많이 넣어 30cm를 파도 흙은 보이지 않는 다챠도 있다.

 

6. 다챠에서 생산되는 것들

 

극동러시아 총독실에서 발표한 자료(2002년 10월)에 의하면 다챠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의 종류를 면적당 순위별로 살펴보면 1) 감자, 2) 양배추, 3) 오이, 4) 양파, 5) 토마토, 6) 비트(Beet), 7) 당근, 8) 브로콜리, 9) 칼리후라위, 10) 샐러리 등이고 화훼류는 1) 다리아, 2) 작약, 3) 카네이션, 4) 장미 등인데 색상은 대체로 원색류가 많다.

한편 러시아 전체 농산물 총 생산량 중 다챠에서 생산되는 비중이 감자는 83%, 양파 71%, 양배추 62%, 오이 58%, 당근 49%로 소프호즈 또는 콜호즈의 생산량을 초과한다.

그리고 이들 농산물은 자가 소비외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길거리에서 팔기도 한다.

최근에는 현직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다챠에서 상주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은 매일 사료를 주는 가축을 사육키도 하는데 가장 많이 키우는 가축은 1) 닭, 2) 오리, 3) 거위, 4) 산양, 5) 돼지이고 개는 가축의 개념이 아니고 가족으로 같이 산다 그러나 러시아인들도 한국인들처럼 개고기를 매우 선호한다.

 

7. 다챠는 러시아인들의 신분 표시이다.

 

만약 내가 만나는 러시아인의 신분을 파악하려면 매우 간단하다. 겨울철인 경우는 그들이 머리에 쓰고 있는 털모자(사브카)가 담비나 호랑이 또는 은여우이면 상류층이고 밍크나 물개 또는 곰이면 중상층이고 토끼 또는 개털이나 사슴이면 빈민층으로 보면 된다.

봄․여름의 경우는 다챠를 보면 장작으로 불을 때는 사우나가 있는데 타일로 잘 꾸미고 금․은으로 도금한 수도꼭지 등이 있으면 상류층이고 그렇지 않으면 중산층 또는 그 이하라고 보면된다.

또 가꾸는 작물의 비중이 먹는 것보다 보는 것(화훼)이 비중 높으면 생활이 매우 윤택하다고 보면 큰 하자가 없다.

 

8. 다챠가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

 

2004년 10월 현재 러시아인들의 국민 1인당 GNP는 약3,890달러이지만 지하 경제의 비중이 약 56% 이므로 실질적 GNP는 대략 8,000달러가 된다고 전문가들을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다챠(개인농장 포함)가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농축산물 생산에서 축산물의 비중은 지극히 미미하지만 과채류등은 거의 절대적이다. 특히 같은 면적의 경우 다챠의 생산량은 보통 3배~8배까지가 되어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한 자료를 보면 1985~1995년까지는 평균 11%, 1996~2000년까지는 평균 8.5%, 2003년의 경우는 8.2%인 것으로 보아 석유생산으로 인한 국가경제가 부유해질수록 다챠의 경제 비중은 낮아지고 있고 먹는 채소류 면적이 줄어들고 화훼면적이 늘어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9. 다챠는 러시아인들의 고향이다

 

다챠가 러시아인들에게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10%미만이지만 경제외적(經濟外的)으로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지대하다. 열거하면

(1) 주말에 다챠를 다녀온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범죄가 전혀 없다. 이것은 자연친화적 효과의 덕분으로 보고 있다.

(2) 다챠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팔기보다는 나누어 먹는 사례가 높아 남을 돕는 정신이 함양되고 있고,

(3) 다챠를 가꾸는 정신은 사회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러시아인들의 삶 자체가 환경친화적이다.

(4) 어른들이 출장을 갈 경우 홀로 남은 다른 집 아이들을 위해 이웃집에서 다챠에 꼭 데리고 가기 때문에 이웃들의 융화가 특별하여 사회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깊이 미친다.

결론적으로 다챠는 경제적 보다 경제외적의 영향이 훨씬 크다고 판단되고 국민들의 다챠 방문으로 인한 심성순화는 국가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