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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마니는 쌀담고, 기계가마니는 소금담도록…

새마을이 2017. 8. 2. 14:13



[박정희 대통령 추억의 夜話(6)]

손가마니는 쌀담고, 기계가마니는 소금담도록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이병화 연구소장(2017. 8. 2.)

 

1971 4 27, 7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농민들을 위해 적극적인 농가소득증대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그 해 겨울 농한기 소득창출 개발로 백색혁명(비닐하우스 재배) 사업을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까지 확대하도록 내각에 지시했다.

필자는 대통령께서 비닐하우스를 왜 농가마다 한 동씩 마련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했는가에 늘 궁금했다. 비닐하우스는 단지가 형성되어야 기술보급과 출하가 원만하고 시설재 구입도 편리한데….

얼마 후 의문이 풀렸다. 박 대통령이 특별보좌관 간담회에서 말씀한 것을 간추려 정리하면 농한기에 할 일없는 남정네들이 술 마시고 담배에 노름까지 이어지다 보니 싸우고 이웃간에 우애가 금가고 이 모든 것을 비닐하우스가 해결해 줄 수 있다라고 하셨다.

요약하면 농사지은 작물 생산의 소득보다 근검절약에 기준을 두었음을 직감했다. 실제로 비닐하우스 농가들은 겨울철 농한기가 거꾸로 가장 바쁜 농번기가 되어 술 마실 틈은커녕 새벽에 일어나 거적 떼기 벗기고 작물 돌보고 방학 때 자녀들도 일손이 되어 가족들의 생활공간을 비닐하우스로 옮겨놓은 환경이 되었다. 또 하우스 속에서 담배 피우면 담배 속의 감자모자이크바이러스가 토마토와 고추에 병 옮긴다는 소문에 남정네들이 담배를 끊는 사례도 늘어났다.

비닐하우스 재배가 불가능한 농가는 비닐하우스 속에서 쌀 가마니를 짜도록 지원했다. 실제로 부부가 겨울철에 열심히 가마니를 짜면 200장을 짤 수 있었는데, 이는 쌀 세 가마 소득에 해당되었다. 이것 역시 가족이 동원되는 가족공동사업이 되었고, 비닐하우스는 따뜻하여 자녀들의 공부방 역할도 하였다. 짜놓은 가마니는 정부가 전량 수매해 주었고, 새마을공동사업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심지어 부녀 새마을쌀가마니짜기 경진대회도 열렸다. 이때 젊은 여성지도자는 사례발표에서 가마니 짜서 올린 소득보다 남편의 술, 담배, 노름 등 잡기를 몽땅 잡아 올린 소득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1973년 겨울, 전남 광산면 출신 새마을지도자 송태우씨가 일본에서 자동화된 가마니 짜는 기계를 한 대 가져왔다. 요즘 말로 첨단 자동가마니틀인 이것은 하루 24시간 가동하면 100장을 짤 수 있는데, 모두가 자동화되어 있어 사람의 일손이 필요 없어졌고 가마니 품질도 손으로 짠 것보다 훨씬 좋았다. 경찰정보를 통하여 보고를 받은 대통령께서는 박진환 특보를 시켜 조사하도록 했고, 결국은 필자가 현장을 답사하고 보고서를 올렸다. 새마을지도자들은 돌아가는 기계만 쳐다보고 막걸리 마시고 화투치고 있더라는 사실을 본대로 알렸다.

대통령은 대노하셨다. 즉각 조치를 취한 것이 손가마니보다 기계가마니가 훨씬 좋은데도 불구하고 기계가마니는 소금가마니와 비료(석회질소)가마니로 한정해 버렸고, 정부수매 가격도 손가마니보다 반값으로 정했다.

이후 기계가마니는 수매도 거부당했다. 지금은 손이건 기계건 가마니에 쌀을 담은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로 치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