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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와 노조는 근본이 다르다

새마을이 2010. 3. 22. 18:26

농민단체와 노조는 근본이 다르다

 

(2005. 3.)

 

저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의 정치적 색채가 보수적 성향이 농후하다는 평을 합니다. 요즘 언론들이 표현하는 방법으로 분류하면, 중도보수에서 약간 극우보수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지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보는 것 같습니다.

첫 째는, 과거 고(故) 박정희 대통령을 뫼셨다는 것이고, 둘 째는 월간조선에 20여 회나 기고를 했다는 것이며 셋 째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주한미군을 상대로 농산물(주로 서양채소) 납품을 하여 돈을 벌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경찰대학에서 7년간이나?새마을?을 강의했기 때문에?너는 골수 보수다?라고 노골적으로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분류논리가 지극히 미진화적입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우리가 좌익사상과 진보주의의 본영이라고 말하는 러시아와 중국에서는 저를 보고 자기들보다도 더 진보적 사상을 가진 소위 급진적 진보학자라고 말합니다.

저를 보는 시각이 이렇게도 극과 극으로 분리됩니다.

저는 구소련의 고르바쵸프 수상이 글라스노스트(개방)을 하고 잇따라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개혁을 먼저하고 개방을 하였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의 현황을 보니 고르바쵸프의 논리가 적중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사회주의 좌익이념은 고수하고, 계획경제만 시장경제로 개혁하였지요. 저는 황송하게도 한국인으로써는 드물게 러시아와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 모두 만나, 그들의 농업정책 자문위원을 러시아에서는 8년을, 중국에서는 2년을 지낸 바 있습니다. 제가 왜 좌익사상과 진보주의 본영의 사람들로부터 그들보다 더 진보학자라고 평을 받은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오래 전에 시베리아의 군사 도시인 노보시비르스크의 공산당 간부 아카데미에서?시장경제란 무엇인가?라는 강의 때, 100m 달리기 경주에 비교하여, 당신들이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계획경제는 경주도 하기 전에 이미 1, 2, 3등과 꼴찌를 정해놓고 달리는 것이었고, 지금부터 추진코자하는 시장경제에 대한 당신들의 논리는 출발라인에서 꼭 같은 복장으로, 꼭 같은 운동화에, 꼭 같은 시간에 출발하여 1, 2, 3등을 가리자는 것인데 반하여, 내가 주장하는 시장경제는 평소 근면, 성실하여 돈을 모아 자동차 타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운동화 신은 사람, 돈이 없어 신발도 없는 사람 등이 꼭 같은 출발라인에서, 같은 시각에 출발하는 경기가 진짜 시장경제인데, 이것은 누가 일등을 할 지를 예단할 수 있는 경기다.

어쩌면 이미 일등을 정해놓은 계획경제와 닮은 점도 있다.

원래 극과 극은 서로 통하고, 길도 계속 가다보면 같은 자리로 오게 되지 않는가?

그런데 매우 중요한 것은 맨발로 뛰는 선수가 자동차 타고 달려가는 선수를 욕해서는 안된다. 억울하면 노력하여 자동차 타도록 해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라는 등의 내용과 함께 이런 소리도 한 것 같습니다.

국제적 식량수급은 시장 경제적이지 못하다. 지구촌 전체로 보면, 식량의 부족이 없으나, 아프리카와 북한 주민이 굶어죽는 것은 과점경제와 가격통제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국가단위의 식량구매는 오히려 소비자가 왕이 아니고, 종이 된다는 등의 말입니다.

이러한 저의 논리가 그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이었고, 해괴망측한 소리로 들렸는지 언론에 매우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이후로 그들은 저에게 급진적 진보주의 학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가서도 유사한 논리를 전개하였습니다.

제가 중국의 국가주석인 후진타오(胡錦濤)와 동북삼성의 실력자인 심양시장 첸젱가오(陳政高)의 사무실에서 이런 글귀를 보았습니다.『유럽의 150년을 미국은 70여년만에, 미국의 70년을 일본은 30년만에, 일본의 30년을 한국은 10년만에, 그러므로 중국은 한자리 숫자로』내용설명을 요청하였더니 산업혁명의 달성기간이라는 것인데, 일본은 한국의 6.25전쟁 덕분으로 성장하여, 64년도에 동경올림픽을 치루고 신간선(新幹線) 초고속 열차개통과 더블어 자동차산업과 전자 및 선박산업 등으로 30년 만에 산업혁명을 이루었고 한국은 70년대에 새마을이라는 국민운동으로 일본의 30년 성장을 10년으로 압축했으므로 중국은 모든 나라들의 장점만 응용하여, 10년 이내에 산업혁명을 이루고자 하며 혁명의 폭발점을 2008년 북경올림픽으로 보고 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러시아의 언론을 보니 당신이 그곳에서 급진적 진보학자로 인기가 있다고 하니, 중국 농업도 발전 해법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아, 심양시 주관으로 중국 전체의 농업관련 공무원과 농민단체장 등 3,000명을 모아두고 강의한 내용이 이런 것이었습니다.

『2001년도 한해동안 중국 농업계에서 가장 회자(膾炙)되었던 "정부가 시키는 것을 가꾸거나 키우면 망한다?라는 것은 이 자리에 와 있는 여러분들이 외국인인 저보다 더 잘 알 것이고, 이러한 말은 오랫동안 한국에서도 유행된 적이 있다. 정부가 일부러 농민 망하게 지도를 했을 리는 없고, 잘 되라고 했는데도, 청개구리식으로 거꾸로 간 사람은 돈을 벌고, 잘 따른 사람은 망하고, 이 문제만 해결하면 중국 농업은 성공한다. 예컨대 금년에 양돈을 권장하면 큰 소득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일선 공무원이 농민지원계획서를 기안하여 현급정부에 올리면, 이것은 다시 성급정부를 거쳐 중앙정부에서 심의가 끝나고 다시 역순서로 현급정부를 거쳐 일선지역에 오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년반 내지 2년이 걸리게 되는데, 이때는 이미 돼지 붐은 지나가고 송아지 붐이 온다는 것이다. 당연히 양돈은 망하게 되어 있고 지시를 따르지 않는 송아지 입식 농가가 돈을 벌게 되어있는데, 다시 말해 변화가 느린 유럽의 경우는 돼지머리를 정통으로, 미국은 몸통을, 일본은 꼬리를, 변화가 심한 한국은 돼지 다음에 오는 송아지의 머리를 맞출 수 있으나 변화가 초급행인 중국은 송아지가 아닌, 송아지 다음의 병아리를 겨냥해야 할지 모른다.

이것은 중국의 농촌사회 변화가 너무 빨라 농업 정책들이 변화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것의 해결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일선공무원에게 선집행 권한을 부여하고 결과의 책임을 따져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고, 둘째는 시장경제는 움직이는 물체와 같아서 군대에서 가르치는 사격의 오조준(誤照準)을 응용하여 돼지 다음에 송아지가 오는지 병아리가 오는지를 보고 정확히 겨냥할 수 있는 오조준 능력 배양이 중요하다. 내가 보기에는 첫째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듬해인 2003년에 중국 당국은 제가 지적한 첫 번째 안을 전격적으로 채택하여 실시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중국 농업이 진취성을 발휘하여 과단성있게 추진되는 것에는 저의 역할도 있었다고 판단되나, 이것이 부메랑되어 한국 농업을 괴롭히는 작용도 있다는 사실을 저는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저의 경험을 제 자신 스스로 분석하여도 무엇이 보수이고 진보주의인지, 또 우익과 좌익의 기준은 무엇인지 도무지 헷갈리기만 합니다.

이제 논단 제목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YS와 DJ시절의 10년 동안 농촌, 농업, 농민 살리기에 농민 자부담 포함하여 무려 100조 원이 투입되었으나, 농민들의 부채만 늘어났지 솔직히 투입 전과 비교하여 나아진 것이 없다라는 것이 농민을 포함한 대부분 국민들의 판단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또 다시 농어민들을 위하여 119조원을 향후 10년간 투입하려 합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문민 및 국민의 정부시절 정책자금을 5억 이상 보조 또는 융자받은 농민들이 무려 1만3,000여 명이나 됩니다.

이들이 이렇게도 엄청난 자금을 지원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성공했다고 판단되는 농가는 불행히도 10% 미만입니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군계일학(群鷄一鶴)과 같은, 양계산업을 계열화 시킨 하림그룹의 김흥국 회장, 도드람양돈조합의 진길부 조합장, 참다래영농유통의 정운천 회장, 코리아허브랜드의 이상수 사장 등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국민들의 원성을 잠재우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들 10%을 제외한 투융자혜택을 농민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아마 놀라 자빠질 것입니다. 상당수가 진짜 농민이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먼, 입으로 농사짓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만약 이들이 강성노동조합과 손잡고 데모를 한다면 그들의 구호는 보나마나 이럴 것입니다.?나는 정부의 요구대로 열심히 하였다. 그러나 부채만 남았다. 그러므로 갚을 수 없다.?물론 정부의 책임도 있지요, 그러나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고 사장입니다. 농민은 모두가 사장님이지요.

노조는 직장의 사원일 뿐입니다. 그들은 농민처럼 자기직장에 자본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농민단체와 노조가 같이 한자리에서 공동으로 투쟁하는 것은 노사가 같이 데모하는 꼴이지요, 농민단체는 농민단체끼리 모여 투쟁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잘, 잘못을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한국의 강성노조가 직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남북통일정책을 두고 데모를 하는 등의 해괴한 행동으로 세계인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는 것도 농민들은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또 10년 동안 119조원이 투입되기 전에 정책당국은 농민들에게는 73%나 차지하는 수입농산물의 수출국가와 상생의 농법을 알려주고, 진짜로 일할 수 있는 농민을 가려 내는 옥석(玉石)을 구별하는 묘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농민은 사장님이지, 노조처럼 사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는 것은 앞에서 말씀드린 러시아와 중국당국은 왜 저를 보고 진보적학자라고 평가했는지를 참고 해보는 것이 결코 손해보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