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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 칠레 FTA 비준에 대한 참고 의견

새마을이 2010. 3. 22. 18:00

한 ․ 칠레 FTA 비준에 대한 참고 의견

 

(2003. 10.) 

 

제가 몸담고 있는 (재)국제농업개발원에서는 과거 노태우정권 때부터 칠레에서 영농을 하고 있습니다(한국정부소유 농장 54만평도 있음). 주 작물은 식용유원료가 되는 해바라기와 설탕원료인 사탕무인데 현지 책임자는 국군정보사의 정예요원인 영관급장교를 예편시켜 보낸 분인데 지금은 교회 장로로도 활동합니다.

다시 말하면 그 곳의 현지사정은 한국인들 중에서는 제가 가장 많이 접하기 때문에 전문가 입장에서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관 여러분과 비준을 거부하시는 국회의원, 그리고 농민단체장 여러분께 간곡히 말씀 올립니다.

● 지금 우리는 등 뒤의 호랑이는 보지 못하고 눈앞의 토끼가 내 집 풀 뜯어 먹는다고 시비하는 형태입니다. 중국 농산물의 한국 상륙이 없다는 전제아래에서는 저 역시 칠레와의 비준은 절대로 반대하겠으나, 중국 농산물이 한국 시장과 여러분들의 식탁에 종횡무진하는 이 마당에 칠레산 농산물의 한국 상륙은 포도를 제외하고는 중국산과의 경합에서 도저히 견디지를 못할 것입니다.

혹자(或者)는 중국산은 비관세장벽으로 방어가능하다고 표현하겠지만 솔직히 얼마나 가겠습니까? 블루다이아몬드라는 「캘리포니아 건포도」를 잘 아실 것입니다. 바로 캘리포니아에 중국 서부산(신강위그루) 건포도가 진입하는 세상입니다.

● 칠레는 한국의 계절과 반대가 되는 남반부이기는 하나 워낙 국토가 남북으로 길어 사계절이 공존하고 농산물 수출에는 귀재입니다. 예컨대 같은 날짜에 이웃나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발하는 포도보다 칠레의 산티아고 포도가 뉴욕의 「알스미어」도매시장에 먼저 갑니다. 파나마 운하를 경유하는데도 말입니다. 이들의 기민한 수출 전략 이면에는 그곳으로 이민 간 한국의 두뇌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이에 저는 한국 정부의 동의와 관계없이 현지 지사장을 칠레 농업부 고위관계자를 만나도록 지시하여 “칠레농산물이 한국 농민들에게 위험스러운 존재라면 한국의 농민들(영농법인)이 직접 칠레에서 농사짓도록 해주겠다.”라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칠레 당국자의 말이 옳습니다. 한국의 우수 농민조직들이 칠레로 농업투자이민을 가도록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곧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相生의 시대입니다. 서로가 살아야 합니다.

중국의 농산물 방어 역시 우수한 한국 농민들이 중국으로 가서 그 곳에서 농사짓고 세계시장을 개척하고 한국에도 필요하면 가져와야 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깊이 헤아려 주시옵기 앙망하옵니다.